보배드림

안녕하세요. 

저는 셀프주유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보름 전.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소위 MZ세대인 젊은 청년이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그 청년 아버지의 연세가 어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만약 일찍 결혼을 했으면 그 청년의 나이쯤 되는 아들이 있을 노총각을 넘어선 독거 아재쯤 된 나이입니다.

(결혼은 다음 생에......)

참고로 저는 주유소에서 사장 다음으로 넘버 2인 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뭐, 말이 좋아 소장이지 사장이 누군가에게 주유소를 맡기고 사우나도 다니고 골프도 치고 싶어 그나마 믿음직한 제게 소장직을 맡긴 겁니다. 

그래도 주유소 대부분의 일들은 제가 다 결정하고 알바들에게 지시도 내립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완장을 찬 것이 아니라는 걸 저 스스로도 알기에 권위적인 지시가 아닌 의견을 묻는 식으로 지시를 내립니다. 

그리고 저보다 나이가 어린 알바들. 

소위 MZ세대들의 알바들에게는 꼰대가 되기 싫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지시를 안 하고 제가 그냥 합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보다 어린 직원들 앞에서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하는 편이죠.   

각설하고. 

주유소 인근에 직원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점심저녁을 그 식당에서 먹고 월결제하는 식당인데 사장님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식당이 1주일간 문을 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다른 가게에서 사 먹기도 하고 배달을 시켜 먹기도 하는데요. 

어제는 근처 한식당에서 배달을 시켜 먹었습니다. 

총 5명의 식사가 배달이 왔고 제가 배달통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며 청년에게 같이 올라가자 말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어서요. 

2층으로 올라가 배달통에 있는 음식들을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꺼내놓고 각각의 음식을 의자 앞에 맞게 놔뒀습니다. 

그리고 다음 직원들 먹기 편하라고 수저를 음식들 옆에 가지런히 놔두며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밑반찬들 랩 좀 뜯어 놓으라고요.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꼰대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어린 알바들 앞에서는 행동이든 말이든 더 조심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밑반찬 랩을 뜯으라고 했던 것이 MZ세대인 그 청년에게는 부당한 지시였을까요?

"저 반찬 안 먹을 건데요"

저 한 마디 후에 자기가 시킨 제육덮밥 랩만 뜯어 맛있게 먹는 청년. 

"청년의 말이 맞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잠시 아리까리하기도 했고. 

또 꼰대라는 소리 듣기 싫어 뭐라 말은 안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속으로나마 다정하게 한마디 하고 싶더군요.  

"맛있게 처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