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신차 디자인을 총괄하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출신의 필립 잭(Zak) 수석 디자이너가 현대차에 입사한지 2년도 채 안 돼 다시 ‘친정’ GM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잭 디자이너는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NAIAS)가 끝난 직후 현대차에서 퇴사하고 GM으로 자리를 옮겼다.
잭 디자이너는 1988년 GM에 입사해 21년간 근무했으며, GM의 유럽 디자인총괄로 재직하다 2009년 4월 현대차로 이직했다. 퇴사 전까지 현대차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의 총괄 디자이너로써 신형 쏘나타·아반떼 등에 사용된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인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물이 흐르듯한 조각품 같은 이미지)’를 주도해 왔다.
잭 디자이너는 현대차에서 일하면서 기아차와의 디자인 차별화를 중점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는 작년말 가진 인터뷰에서 “한 그룹 내 두 회사의 디자인이 비슷하다면 회사로서도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현대차는 역동성을, 기아차는 단아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북미국제오토쇼에서는 콘셉트카 ‘커브(CURB)’를 선보이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이 때문에 잭 디자이너의 이번 이직은 다소 갑작스럽다는 업계의 반응을 낳고 있다.
잭 디자이너가 GM으로 돌아간 이유는 GM의 글로벌 디자인 총괄인 에드워드 웰번(Welburn) 부사장이 높은 대우를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현지 업계 관계자들는 전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연구개발(R&D)본부 관계자는 “디자이너들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의 경우도 소형차 엑센트부터 준대형급인 그랜저까지 현대차 ‘풀(full) 라인업’의 신규 디자인 적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앞으로의 디자인 방향이 확고히 정착된 만큼 이직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잭 디자이너의 후임을 물색하는 한편, 현재의 디자인 콘셉트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 주요 인력들의 경쟁사로의 잦은 이직이 회사에 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잭 디자이너에 앞서 현대차 미국 디자인센터를 이끌며 제네시스의 외관 디자인을 개발한 조엘 피아스코스키(Piaskowski) 현 포드 디자이너는 2008년 벤츠 미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마케팅 담당이던 조엘 에와닉(Ewanick) 부사장, 크리스 페리(Perry) 부사장도 작년 잇달아 GM으로 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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