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방위적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폴크스바겐 코리아가 10년 넘게 거래를 해온 딜러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해 '불공정'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30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코리아는 이달 말을 기점으로 딜러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딜러사인 메트로 모터스에 통보했으며 이에 메트로측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폴크스바겐 딜러 중 클라쎄오토와 마이스터모터스가 전국 1,2위 판매량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메트로 모터스는 판매량 3위의 딜러사다.
그러나 최근 신아주 그룹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이 새로운 딜러로 선정됐고 메트로 모터스는 이달말 부로 딜러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메트로 모터스가 전시장을 운영해온 분당과 서초 지역의 영업권은 신아주그룹과 기존 딜러사인 마이스터 모터스에 각각 넘어갔고 GS그룹은 목동과 마포 지역의 딜러권을 따냈다.
그동안 임포터와 딜러간 계약 해지로 분쟁을 빚었던 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난 2003년 SK 대 렉서스, 2007년 유진앤컴퍼니 대 MBK(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2008년 저먼모터스(CNH캐피탈) 대 BMW코리아 등 3건의 계약 해지 사례를 꼽을 수 있는데 대개 실적 보다는 임포터와 딜러사간의 감정싸움으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당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딜러 계약 해지도 폴크스바겐 코리아와 메트로 모터스간에 발생한 모종의 갈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우자판 계열이었던 메트로 모터스는 2002년 폴크스바겐 분당 딜러권을 따냈으며 2004년에 추가로 서초전시장을 오픈하는 등 10년 넘게 폴크스바겐 차량 판매 및 서비스 사업을 해왔다. 2010년에는 대우자판이 영안모자에 매각되면서 영안모자 계열로 편입됐다.
영안모자는 모자 수출 신화의 주인공 백성학 회장이 이끌고 있는 회사로 2003년 대우버스 인수를 시작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좌초 위기에 빠진 대우자판을 2010년 전격 인수했으며 판매, 정비, 금융을 통합한 새로운 사업 구조를 모색하면서 자동차 사업 확대를 꾀해온 중견 기업이다.
폴크스바겐 코리아가 내세우고 있는 메트로 모터스 딜러해지 사유는 투자의지 결여다.
박동훈 폴크스바겐 코리아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메트로측에 전시장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으나 전혀 반응이 없었고 정비 서비스 공장은 고물상을 방불케할 정도여서 어쩔 수 없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딜러권 해지를 일정 기간 유예할 수는 있지만 딜러 계약 해지는 변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메트로측은 투자는 시장환경 및 손익구조에 맞춰서 진행하는데 일방적인 투자행위 강요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메트로 모터스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에서 폴크스바겐과 딜러사의 관계는 대표적인 '갑'과 '을'의 사례이며 그동안 딜러 선정 및 딜러사에 대한 정책에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억울함을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박 사장은 최근 백 회장과 만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신규 딜러로 선정된 업체 역시 메트로모터스의 반발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자 폴크스바겐측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작년에 MBK가 다른 딜러 소유의 서초 전시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대 주주이자 최대 딜러인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계열 한성차에 같은 지역 전시장을 추가로 내줘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며 "당시 사태는 신임 MBK대표이사가 중재에 나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폴크스바겐의 이번 딜러권 해지로 인한 파장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입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임포터와 딜러간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문제가 터져나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김범수 기자 bumsoo@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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