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기아자동차가 후원하기 시작한 제26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6억원)이 국내 프로골프대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회장인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를 찾은 선수들과 관계자, 갤러리들은 국내 대회 분위기와 너무 다른 환경을 접하고 “마치 미국 LPGA투어 대회장에 온 것 같다”는 반응들이었다. 기아차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골프 마케팅에 돌입했다.
○ 천연 잔디 연습장에 우승자 전용차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연습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천연 잔디에서 연습토록 한 것이다. 연습볼도 무제한으로 제공해줬다. 국내 대회 대부분의 연습장이 고무매트를 사용하고 연습볼도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이정민(20)은 “국내에서 천연 잔디 연습장이 있는 곳은 거의 보지 못했다. 외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햇님(27)은 “벙커샷도 할 수 있고 쇼트게임 연습도 가능하다. 게다가 식사도 무료로 제공해준다”고 덧붙였다.
‘우승자 예우 프로그램’도 특별하다. 최근 2년간 우승자인 양수진(21), 정연주(20)에게는 대회 기간 동안 사용할 K9승용차를 지원해줬고 전용 라커에다 클럽하우스 입구에 전용주차장까지 마련해줬다. 특히 외국 선수와 유명 초청 선수들에게나 허용하던 전용 룸까지 클럽하우스 내에 별도로 제공해줬다.
○ 25억원 투입해 최고 대회로 만들어
기아차는 이 대회에 총 25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우승자에게 8000만원짜리 K9 승용차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골프대회를 대행하는 리앤에스의 이재명 대표는 “보통 총상금 6억원짜리 대회의 경우 적게는 12억~13억원, 많게는 16억~17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일반 대회보다 1.5~2배가량 비용을 더 쓴 셈이다.
기아차는 천연 잔디 연습장 등 최적의 연습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 ‘시가’보다 훨씬 비싼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잭니클라우스GC를 빌렸다. 국내 대회는 골프장들이 무상으로 대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서울 근교는 5억~6억원의 막대한 임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아차는 비용에 앞서 선수, 갤러리, 미디어 등 모두 최고의 경험을 맛볼 수 있도록 하자는 모토로대회를 만들었다.
○ 구단 만들어 선수 후원도 나선다
기아차의 골프 마케팅은 그동안 주로 미국에서만 이뤄져왔다. 3년 전부터 미 LPGA투어 기아클래식을 후원해왔고 2010년 미셸 위의 골프백 스폰서가 됐다. 국내에서 골프 마케팅은 지난해 남녀 신인상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남자투어 신인상 수상자에게는 K5 승용차를 제공해 1년간 연습 차량으로 사용토록 했고 여자 신인상에는 상금 300만원을 지급했다.
이한응 기아차 마케팅팀장은 “골프대회와 선수 후원이 함께 가야 진정한 골프 마케팅이 가능하다. 앞으로 후원 선수를 선정해 내년부터 골프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프로야구와 고급 스포츠인 골프를 통해 기아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잭니클라우스G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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