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EU(유럽연합)가 FTA를 체결하고 내년 7월부터 잠정 발효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국내 자동차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소형차로 유럽 시장을, 유럽은 중대형차의 한국 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돼 양측의 안방 차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예정이다.
한-EU 자동차 FTA의 핵심은 관세 철폐다. FTA가 국회 비준을 통과하면 내년 7월부터 한국에 들어오는 수입차는 관세 8%가 단계적으로 줄어든 뒤 5년 안에 완전 사라지게 된다. FTA 협정문에 따르면 소형차(1,500cc 이하)와 하이브리드카는 5년 이내, 중·대형차(1,500cc 초과)는 3년 이내에 관세가 사라진다. 이 경우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65%를 차지하는 유럽차의 국내 경쟁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유럽산 수입차는 거의 모두 1,500cc 이상으로, 3년 이내 관세 철폐에 해당돼 짧은 기간에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벤츠의 대표적인 대형 세단 S클래스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S350의 경우 현재 국내 판매가는 1억4,150만원이지만 단순 계산으로 판매가격에서 관세 8%를 뺀다고 가정하면 1,132만원이 내려간다. BMW 528i도 같은 계산으로 6,246만 원(현재 판매가 6,79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진다는 결론이다. 아우디의 대표 SUV Q7는 1억2,320만 원(4.2 TDI기준)에서 1억1,334만원으로 인하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관세의 경우 수입사가 들여오는 가격에 가장 먼저 부과되는 세금이고, 수입원가에 관세가 더해진 뒤 추가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등이 붙는다는 점에서 관세 철폐는 곧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인하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8% 이상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는 아직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FTA 협정이 발효되는 시점이 내년 7월인 데다 관세 철폐까지 걸리는 시간도 5년이어서 당장 변화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유럽차들이 가격적으로는 앞으로 이득을 보는 게 당연하겠지만 내년에 FTA가 잠정 발효된다고 수입차 시장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FTA를 계기로 수입 소형차의 국내 진출이 늘어날 수 있고, 환율도 안정세로 돌아서면 4~5년 후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입 중대형차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유럽 내 10%의 관세 제거에 힘입어 소형차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탈리아가 마지막까지 FTA 서명에 반대하면서 6개월 연장을 이끌어 낸 것도 결국 한국 소형차의 점유율 확대를 우려했던 것"이라며 "한국은 중대형차 시장을 조금 내주고, 대신 유럽에서 소형차 시장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가격이 내려가면 몇몇 국산 중대형차의 가격도 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 8%의 관세가 사라지면 수입 업체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 점유율 확대보다 수익 중심의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EU FTA 발효 이후 차종별 가격 변화 전망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