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수요 13.8%↑, 2분기엔 31.8% 증가
현대기아차 '전성기' 구가
지난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반 토막이 났던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가 상승세인데다 정부의 폐차 인센티브 정책으로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급격한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공장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 관세 인상 속에서 선전해온 현대기아차는 현대차의 공장 준공과 잇단 신차 출시로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車 수요 회복 빨라진다 = 2003년부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타며 2008년 세계 5위의 자동차 시장이 됐던 러시아에서는 2008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가 하락으로 신차 수요가 곤두박질 쳤다.
2008년 290만대에서 작년에는 147만대로 절반 수준이 됐고 시장 규모는 10위권으로 떨어졌다. 이는 브릭스(BRICs) 국가 중 가장 작은 규모다.
그러나 정부가 11년 이상 된 노후차량을 폐차하고 러시아에서 생산된 차량을 구매할 경우 대당 5만 루블(약 1천65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쓰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현지 업체들의 파산 위험이 커지자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수요 진작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
러시아 시장 수요는 올해 1∼8월 113만4천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했다. 특히 2분기 판매는 31.8%나 늘어났다.
현지 업체의 소형차 및 저가 모델 판매에선 효과가 두드러졌는데, 올 들어 러시아 최대 업체인 아브토바즈(AvtoVAZ)의 판매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다.
인센티브 정책 시행 이후 판매된 차량의 절반은 이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정부는 하반기에도 100억 루블을 추가 투입해 인센티브 정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연간 판매가 작년보다 17% 늘어난 171만대, 생산은 70% 증가한 100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년에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올해보다 11% 늘어난 19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현지 업계는 보고 있다.
◇늘어나는 현지 생산 = 올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업체들이 새롭게 현지 생산을 개시하거나 생산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프랑스의 PSA(푸조시트로엥)가 칼루가 공장에서, 이달 들어 중국의 비야디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6월 러시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AvtoVAZ)는 작년 대비 52% 증가한 45만대의 연간 생산 목표를 발표했으며, 가즈(GAZ)도 25% 증가한 5만5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캠리 모델 생산량을 작년 대비 80% 늘어난 1만4천700대로 늘리는 등 올해 총 7만대 이상을 생산할 예정이다.
닛산도 작년보다 2배로 증가한 3만5천대 규모의 연간 생산 계획을 밝혔다.
이밖에 GM과 포드는 생산라인 확대를 위해 각각 300명, 230명의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하는 등 올 들어 대부분의 업체가 현지 생산 규모를 앞다퉈 늘리고 있다.
올해 해외업체의 현지 생산량은 작년 대비 77% 증가한 47만대에 이르고 현지 생산 비율은 50%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각 업체가 현지 생산을 늘리는 데는 러시아의 높은 수입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점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러시아 정부는 작년 1월 러시아 외 지역에서 생산된 신차 및 중고차에 대해 최고 50%까지 수입관세를 인상했다.
이 조치는 작년 10월 한 차례 연장돼 올해 7월12일에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정됐던 기간 만료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신차는 2012년, 중고차는 2015년까지 높은 관세 수준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현대.기아차 '전성기' = 러시아 자동차 수요 급감과 수입차 관세 인상에도 현대.기아차는 다른 글로벌 업체보다 월등히 나은 성적표를 받아왔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i20와 i30, 제네시스 쿠페 등 신차 출시와 함께 러시아법인과 딜러들의 밀착 마케팅을 강화해 5만9천187대를 판매했다. 현지 반조립(CKD) 제품 수출까지 포함하면 7만4천607대를 팔았다. 수입차 업체 중 3위에 해당한다.
또 올해 1∼8월에는 4만7천200대의 완성차를 판매, 작년 동기 대비 22%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닛산, 포드, 시보레의 판매가 각각 12%, 13%, 16% 감소하고, 러시아 전체 자동차 시장이 14% 정도 성장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차종별로는 겟츠(국내명 클릭)가 1만3천607대 판매돼 소형차 부문에서 1위 자리를 굳게 지켰고, 작년 8월 출시한 i20도 유러피안 스타일의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3천3대가 판매돼 이 부문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1월 첫선을 보인 i30은 올 들어 판매 대수가 작년보다 135%나 늘어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는 지난 4월 출시한 ix35(국내명 투싼ix)가 예약 대기 기간만 3개월이 걸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아차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기아차는 지난 7월 총 1만502대를 판매, 수입차 업체 중 월간 기준으로 첫 판매 1위에 오른 데 이어 1∼8월 누계에서도 6만7천238대(점유율 9.3%)를 팔아 시보레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씨드, 프라이드(수출명 리오), 스포티지 등이 판매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공장 준공과 함께 러시아 현지에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가 갈수록 높아져 향후 수년간 현대.기아차가 전성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현지화로 러시아 시장공략 '시동'
(모스크바=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현지공장 건설을 발판 삼아 본격적
인 러시아 고객 잡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연산 15만대 규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
공식을 앞두고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략
모델 'RBr(프로젝트명)'를 '러시아 국민차'로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신차를 투입해 시장 점유율
을 급격히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모스크바 현대차 딜러점 모습.
2010.9.19 photo@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권혁창 기자faith@yna.co.kr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