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미국과 한국의 FTA 협상에서 자동차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환경규제 

완화와 픽업트럭 관세 인하 기간 연장을 요구하면서 회담도 겉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져도 미국이 원하는 만큼 한국에서 미국차의 점유율이 늘어

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미국 정부로선 미국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게 정치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 한국 정부를 밀어붙이는 셈이다.

 자동차 부문에서 양국이 FTA를 가동하면 철저하게 이익을 보는 곳은 한국이다. 한국차는 미국에

서 성장하는 브랜드인 데다 품질 평가도 나쁘지 않아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가 점차 늘고 있다. 여

기에 관세 철폐로 가격이 내려간다면 한국차를 외면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국차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연료효율이 좋지 않은 데다 고급 브랜드로서 경쟁

력이 떨어져 찾는 이가 많지 않다. 한국이 규제를 완화해도 미국차의 점유율이 갑자기 크게 늘어나

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양적인 면에서도 한국이 이익이다. 미국은 한 해 1,000만 대쯤 신차를 판매하는 시장이지만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10만 대가 채 되지 않는다. 쉽게 보면 한국은 1,000만 대 시장에서 1%만 점유해도 

10만 대를 팔지만 미국은 한국 수입차 시장의 10%를 차지해도 판매실적이 1만 대밖에 안되는 셈이다. 

즉, 시장 규모에서 한국이 훨씬 더 유리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을 강조해 온 탓에 FTA를 미룰 수 없지만 

막상 체결하면 미국 자동차시장을 한국에 더 많이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묻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미국인과 한국인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업체가 한국 전용 차종을 만들어 파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한국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이익조차 내기 쉽지 않다. 결국 유일한 대안은 미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실제 포드는 중대형차를 3,000만 원대에 

판매해 최근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기도 하다. 가격을 조정한 뒤 판매실적이 급증했다는 점은 대중 

수입 브랜드일수록 가격에 민감한 한국의 소비 특성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 업체가 한국 내에서 가져갈 열매는 크지 않다. 하지만 내줘야 할 열매는 크다. 그게 

미국의 고민이다. 넓은 소비 시장과 좁은 시장, 맞교환하면 덩치가 클수록 부담되는 게 바로 한-미 

자동차 FTA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