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토요타가 선보인 세계 최초 양산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가 2009년 3세대로 거듭나며 선진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보였다. 사실 프리우스라는 이름 자체도 라틴어로 '앞장 서'라는 의미를 지녀 이 차가
상징하는 의미와도 잘 어울린다.
단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먼저 적용했기 때문에 이 차가 관심을 받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검증된 하이브
리드카라는 점과 고유가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고효율 차에 관심이 높아진 두 가지 요소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프리우스에서 축적한 다양한 기술을 회사 내 다른 차종에도 적용할 수 있었고 상징성이
강한 프리우스는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스타일
공기 저항을 줄이는 에어로 다이내믹 스타일을 기본으로 독특한 겉모양을 지녔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이다.
이런 디자인 덕에 공기저항계수가 0.25Cd로 승용차 중에선 최고 수준을 자랑해 친환경차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춘 셈이다.
앞쪽은 바람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면서 부드럽게 처리됐다. 특히 앞 범퍼는 레이싱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에어댐 역할을 하도록 디자인했다. 주행 때 차의 밑부분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최대한 억제
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옆은 이 차의 곡선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물방울 모양이다. 뒤쪽은 변형 해치백
스타일로 공기 흐름을 이용하면서 실용성까지 갖췄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한 디자인이 실내에도 이어진다. 자동차라기 보다는 최신
전자기기를 연상시키는 센터페시아를 따라 시선을 움직여 보면 전자식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스티어링
휠은 마치 게임기 조이패드 같다. 화려한 앞좌석에서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널찍한 실내공간에 한 번 더
놀란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럽다기보다는 간결하면서도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하이테크적 이미지를 풍긴다.
몇 군데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친환경차를 탔다는 것만으로도 용서가 되는 건 차를 함께
탄 동승객들의 공통된 소감이기도 하다.
트렁크에 골프백과 접이식 자전거 등 많은 레저용품을 담아도 공간이 충분하다. 친환경차라고 단순히 연비만
좋은 게 아니다. 차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매력이 생기는 법이다. 이처럼 차의 곳곳에 수납공간을 더해
활용성이 커진 데에는 불필요한 장치를 없앤 게 한몫 거들었다.
▲승차감 & 성능
시동 버튼을 눌렀다. 차는 아무런 반응이 없고 스피커에선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동 버튼을 자세히 살펴보니
'엔진 스타트/스탑' 버튼이 아니라 '파워 온/오프' 버튼이다. 경쾌한 시동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오디오의
전원을 켜는 느낌이 든다.
출발을 위해 변속 레버를 살펴보니 레이싱 게임을 위한 비디오게임기 액세서리 같다. 앙증맞은 레버가 즐거움을
더해준다. 조작 느낌도 단순하다. 표시된 곳으로 레버를 움직이면 주행 모드가 변한다. 이런 즐거움은 계기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에너지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건 기본이고 차의 다양한 상태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여느 차와는 조금 다른 프리우스만의 방식이다.
프리우스는 직렬 4기통 1.8ℓ DOHC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98마력을 내는데 전기 모터가 힘을 더해
시스템 출력은 136마력을 낸다. 시속 33㎞ 이하에서는 전기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한 EV모드도 있고 큰 힘을 필요로
할 때에는 엔진이 작동해 힘을 더한다. 게다가 변속기는 CVT를 적용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힘을 낼 수 있어 차의
효율을 높였다. 이런 효율 덕에 일반적인 출퇴근을 가정한 시내 주행 상황에선 ℓ당 24㎞쯤을 달렸고 34㎞까지도
기록했다.
하지만 배터리 무게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성상 고속주행에서는 ℓ당 13㎞쯤으로 일반 준중형차와 비슷한 연비를
보였다. 스포츠 드라이빙도 해 봤다. 빠르게 나빠지는 연비가 모니터에 표시된다. 하이브리드카의 이점을 포기한
주행 방법은 적합하지 않음이 드러난 셈이다. 따라서 프리우스는 상황에 맞는 주행이 가능하도록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에코 모드로 놓게 되면 최적의 효율을 위한 세팅으로 변하고 파워 모드는 말 그대로 성능 위주의
주행을 돕는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주차장처럼 서행을 해야 하는 곳에선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서행할 땐 전기
모터로만 움직여 차의 소음이 전혀 없기에 다른 사람이 차를 알아차리지 못해 위험한 상황도 몇 번 겪었다.
▲총평
프리우스는 도심에서 가장 적합해 보인다. 저속으로 조금씩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에선 전기 모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엔진을 거의 작동하지 않고 정체구간을 빠져나올 수도 있다. 친환경성에 넓은 실내공간은 보너스다.
차를 최대한 즐겁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차의 목적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주행 그 자체로 운전하는 즐거움을 준다기보다는 다양한 요소로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다. 편견을
깬 다양한 시도가 만족스럽다. 아울러 친환경차엔 친환경 운전법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맞는 운전을
하면 3세대 프리우스의 매력은 더해질 것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3,790만 원이다.
시승/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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