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빅5' 생산국인 한국과 일본이 신흥시장인 러시아에서 자존심을 건 판매전쟁에 나선다. 토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러시아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도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2008년 290만대의 판매대수를 기록, 세계 5위 자동차 시장에 올랐지만 금융위기로 핵심 수출산업인 원유와
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2009년 자동차 판매량이 2008년 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146만대에 그쳤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면서 2010년 자동차 판매는 2009년 보다 30% 늘어난 191만대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도 224만대 안팎의 신차가 판매될 것으로 보여 한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차들까지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 현지생산 '쏠라리스'와 신차 '리오'로 1위 수성
현대·기아차는 2004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러시아 수입차 시장 1위를 달성했다. 지난 1월에도 기아차가 전년 대비
63% 늘어난 8000대를 판매해 르노(7810대), 쉐보레(7303대), 닛산(6850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도 5358대
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별 판매량에서도 현대·기아차는 1만3358대를 판매, GM(1만462대) 폭스바겐(9351대), 토요타(6968대) 등 글로벌
업체들을 따돌렸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지 전략형 모델인 소형차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와
출시 예정인 신형 '리오'(국내명 프라이드)로 시장 1위를 확고히 한다는 전력이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 8일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쏠라리스 신차 발표회를 열고 9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라틴어로 태양
이란 뜻인 쏠라리스(Solaris)는 현대차 베이징공장에서 생산하는 위에둥(아반떼)과 같이 현지 환경을 고려해 제작한
전략 모델이다.
낮은 온도에서도 시동이 잘 걸리는 고성능 배터리는 물론 눈이 많은 날씨를 고려해 4ℓ의 대용량 워셔액 탱크를 탑재했다.
급출발과 급제동이 빈번한 러시아의 운전문화를 감안해 ‘급제동 경보 장치'(ESS)도 적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전계약 대수가 1만8000여대를 넘고 최근 현지 유력 자동차 전문지로부터 최우수 소형차상을 받는
등 초기 반응이 좋다"면서 "시장상황만 받쳐주면 연간 10만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한국차인 기아차 '리오'(국내명 프라이드)도 올 하반기 신형 모델로 가세한다. 리오는 작년
러시아 시장에서 2만9165대를 판매해 현지 최다 판매모델 13위에 올랐다.
내달 제네바모터쇼에 공개될 예정인 새 리오는 이전 모델보다 차체가 커졌고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차축간거리)
도 이전 보다 70mm늘어났다. 엔진도 고성능 직분사엔진(GDI)을 탑재할 예정이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매각이 결정된 쌍용차도 반조립제품(CKD) 수출 방식으로 러시아에 연간 1만대 안팎을 수출하고
있다. 쌍용차는 신차 '코란도C'를 수출모델에 투입하는 등 판매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토요타·닛산 현지 업체 지분인수·공장 설립 추격
토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도 현지 업체 지분 인수와 공장 설립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닛산은 러시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 지분 10%를 취득해 이미 아브토바즈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르노와 함께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닛산은 앞으로 아브토바즈를 활용, 현지 전략형
소형차를 출시해 판매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닛산은 2009년 준공한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 생산인력 500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글로벌 SUV인 '무라노'를 추가 생산키
로 하는 등 라인업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자리를 지킨 토요타 역시 미쓰이 물산, 러시아 업체 솔레스와 손잡고 2012년부터 러시아
극동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CKD 방식으로 승용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토마스 유럽비즈니스협회(AEB) 자동차 생산위원회 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폭이 커지고 있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올해 224만대를 기록하는 등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며 "2015년에는 350만대 시장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