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은 젊은이들의 로망이다. 온몸으로 엔진의 반응을 느끼며 내닫는 질주쾌감은 거칠 것 없는 젊음 그 자체다.
이 땅의 청년들이 모터사이클에 빠져드는 이유다.
한국GM(옛 GM대우)가 쉐보레 브랜드로 올해 두 번째 출시한 아베오는 모터사이클을 닮았다. 내외관을 관통하는
역동적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스포티한 주행감각에는 '젊음'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차의 주 판매 타깃인
20~30대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모터사이클을 닮은 차 아베오를 16일 만났다. 우선 공격적 디자인의 전면부가 눈에 들어온다. 네 개의 헤드램프가
외부로 노출돼 금방이라도 앞으로 뛰쳐나갈 듯한 역동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
고 한다. 날카롭게 각이 선 상하 분할 그릴에서는 미쓰비시의 스포츠세단 랜서 에볼루션이 연상된다.
측면 디자인에서는 스포티함과 볼륨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휠과 휠을 덮는 휠 하우징이 밖으로 돌출돼 있어 소형차임
에도 불구하고 우람한 인상이다. 후면램프 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측면 캐릭터라인은 날렵한 상승감을 준다.
해치백 특유의 역동적 실루엣은 전면·측면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하나로 묶어 '모터사이클을 품은 차' 아베오의 디자인
을 완성한다. 뒷문 도어핸들은 마티즈크리에이트브처럼 감춰져 있어 5도어지만 3도어 스포츠 해치백의 느낌을 준다.
미개척의 영역인 국내 해치백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한국GM의 야심이 담긴 외부 디자인이다. 보다 점잖은 느낌의 세단
형도 있다. 해치백은 3월 판매가 시작되며 세단형은 5월 출시 예정이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랐다. 좌우가 대칭으로 설계된 듀얼 콕핏 디자인에서는 전투기 조종석이 연상된다. 날렵하게
왼쪽으로 굽어진 엔진 회전 계기판에서도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이 또한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찬찬히 뜯어보니 곳곳에 편의장비가 깨알같이 감춰져 있다.
이제는 대세가 된 휴대용 전자제품 용 USB포트는 기본이다. 아이폰과 아이팟 등을 연결해 쓸 수 있다. 조수석 글로브
박스 상단에는 여닫이형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1.5L 용량의 도어포켓도 활용성이 커 보인다.
시동키를 돌리자 카랑카랑한 배기음이 들린다. 이 차가 단순히 편안함과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소형차가 아님을 알리는
신호음이다.
이날 시승코스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출발해 경기도 양평 힐하우스에 이르는 약 70km 구간이다. 교통체증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잠실대교를 지나면서부터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악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자 엔진음이 더 날카로워지며 경쾌하게 앞으로 튀어나간다. 아베오에 탑재된 1600cc DOHC
(4실린더/16밸브 타입) 엔진은 최대출력 114마력에 최대토크 15.1kg·m을 발휘한다. 직진성능은 소형차임을 감안하면
차고 넘친다.
양평이 가까워지며 곡선주로가 많아진다. 핸들을 이리저리 꺾어봤지만 롤링현상이 거의 없다. 서스펜션이 꽤나 단단하
다. 고속으로 급커브를 내달리는데도 몸은 운전석에 그대로 붙어있다. 세미 버킷시트가 적용돼 쏠림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모터사이클에 준하는 '펀투드라이브(Fun-to-Drive)'가 가능할 듯 싶다.
하지만 아베오는 대책없이 내닫기만 하는 차는 아니다. 아베오 전체 차체의 65% 이상에는 고장력 강판이 사용됐다.
차량 충돌시 가속페달이 운전자 쪽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페달분리시스템과 제동시 뒷차에 경고등을
점등해서 알려주는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도 탑재됐다.
연비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시승을 마친 후 트립 컴퓨터에 찍힌 연비는 10 km/ℓ였다. 급제동·출발이 잦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마이크 아카몬 한국GM 사장은 아베오를 '작은거인'으로 명명했다. 그 표현대로 소형차지만 재미있고 넉넉한 주행성능에
안전성과 경제성까지 겸비한 모델이었다. 아베오의 가격대는 수동기준으로 1130~1409만원 수준.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1.4모델과 비슷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올란도와 마찬가지로 네비게이션이 탑재되지 않아 출고 후 고객이 개별적으로 장착을 해야 한다. 네비
게이션 선호도가 높은 국내 시장 트렌드를 감안하면 안타까운 부분이다.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은 이와 관련 "향후 고객
취향을 반영해 탑재를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음도 소비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싶다. 날카로운 엔진음은 스포티한 감각을 배가시켜줬지만 조용한 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거슬릴 수도 있다. 100km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때 하체 소음도 간간이 올라왔다.
안정준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