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하는 서울모터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전에도 '모델쇼'라는 핀잔을 들었지만
올해는 더욱 심하다. 모터쇼에 내세울 만한 콘텐츠가 없다 보니 도우미로 공간이 채워질 정도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위치가 무색하다.
개별 자동차회사의 경우 어떻게든 관람객을 모으려 안간힘을 쓴다지만 주최측이 '모델쇼'임을 자처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조직위는 과감하게 '500명의 카 모델'이라는 광고문구를 내세웠다. 세계 어느 나라 모터쇼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문구다. 모터쇼 홍보 수단으로 도우미를 삼는 조직위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이런 이유로
조직위를 거세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모터쇼의 도우미쇼 전락은 이미 가시화됐다. 유명 도우미의 부스 배치도가 인터넷에 떠돌면서 팬클럽이
단체로 모터쇼를 찾겠다는 사람도 있다. 모터쇼에 어떤 자동차가 나오는지 완전 뒷전이다. 덕분에 서울국제모터쇼의
권위도 이미 땅에 추락했다.
해외의 유명 모터쇼에서 도우미들이 부각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미 오랜 전통을 가진 유럽과 미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에서도 도우미들은 쇼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중국의 상황도 우리와 다르다. 모두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뤄진다. 도우미는 말 그대로 차를 관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에 머물 뿐이다. 사진에 찍히기보다 차를
설명하는 일에 주력한다. 일부 자동차회사는 오히려 도우미가 신차 내세우기에 방해가 돼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터쇼의 주인은 자동차'라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모터쇼가 모델쇼로 바뀌는 데는 참여업체와 조직위의 탓이 크다. 조직위는 모터쇼가 수익 사업이어서
관람객이 많으면 이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도우미가 없으면 수익에 직격탄을 맞는다. 도우미가 없으면
관람객의 30%가 줄어든다는 말이 정설로 들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직위는 자동차 관련 단체들의 연합이다.
오히려 앞장서 자동차가 주인공이 되도록 만드는 게 의무라는 말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뒷전이고 오로지 입장수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여 업체들의 전시 차종에도 문제가 있다. 그나마 국산차의 경우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를 내놓긴 하지만
수입차는 해외에서 이미 공개된 차종이 대부분이다. 볼거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부족한 볼거리 채우기용으로
도우미를 적극 채용한다. 일부 수입 업체는 패션쇼에 남성 모델까지 동원했다. 콘텐츠의 부족을 도우미로 메우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우미를 전시회 홍보 첨병에 세워야 하는 조직위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현실적으로 자동차만 전시하면 관람객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이렇게 해서라도 관람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과 문화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입장객 수는 조직위
수익에서 중요할 뿐 정작 자동차산업에선 문제되지 않는다. 모터쇼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자동차가 부각돼야
모터쇼의 확실한 가치가 부여되는 셈이다.
더불어 모터쇼는 어느 특정 다수의 욕망을 채우는 공간이 될 수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가족과 함께 보기에 민망한 의상의 도우미가 가득 찬 지난 서울모터쇼의 비판을 조직위와 자동차회사는 귀 담아
들어야 한다. 어린이에게 자동차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는 모터쇼가 되려면 더더욱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모터쇼는 어쩌면 모터쇼의 자격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다소
허망한 주장도 해본다. '2011 서울모터쇼'가 아니라 '2011 서울모터모델쇼'로 말이다. 이 순간에도 서울모터쇼의
광고가 TV에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다. '500명의 프로페셔널 카 모델'이라는 단어가 귀를 울린다. 전시차 모두
합쳐도 500대가 되지 않으니 차보다 도우미가 더 많은 진정한 '도우미쇼'를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조직위와
제조사들이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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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
그 이후로는 레걸쇼가 된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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