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초과로 한꺼번에 안올라가네요.
그 중에는 베트남에서 돈을 벌러온 젊은 외노자도 한 명 있었다.
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철창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가 밧줄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선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2층 닭장안에 앉아서 거침없이 달리는 배에 앉아 3시간 동안 밧줄을 정비했다.
3시간만에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2층에 올라가 3시간동안 밧줄정비를 했다.
멀어지던 육지는 이제 아예 보이지 않았고,
달리는 배안에서는 멀리 희미하게 이름모를 작은섬들만 간간히 보일 뿐 바다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행히 배멀미를 하지 않았다.
밧줄작업이 다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1시쯤 되었을 때 갑판장은 다들 들어가서 낮잠이라도 한숨 자라고 했다.
그리 힘들지 않은 밧줄작업을 끝마치자마자 낮잠이라니...
나는 이 정도면 버틸만 하다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았다.
낮잠을 자다가 오후 5시쯤 되었을 때 벨이 울렸다.
귀가 찢어질 정도로 시끄러운 벨소리에 일어나서 허겁지겁 갑판으로 나갔다.
선장은 이제 작업을 시작할테니 다들 준비하라고 방송했다.
37살의 나와 나이차이가 가장 적게나는 형님과 나는 2층에서 올라오는 통발을 쌓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정확히는 내가 부여받은 업무지만 처음해보는 업무이기에 3일 정도는 둘이서 같이 하라고 지시받았다.
배에서의 업무는 컨프레셔가 돌아가면서 뿌려놓은 통발을 하나씩 하나씩 건져올리면
젤 앞에 위치한 사람이 통발을 빼서 작업대에 올려주고,
두번째 위치한 사람은 통발을 밑으로 털고,
세번쨰 위치한 사람은 안에 있는 미끼통을 새걸로 바꾸고,
네번째 위치한 사람은 미끼가 빠지지 않게 고리를 걸어서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준다,
그러면 2층에 대기하고 있던 내가 올라오는 통발을 순서데로 쌓는 작업이다.
이 단순 반복작업은 통발 2200개 정도를 쌓으면 한 어장이 끝났다고 표현한다.
한 어장의 작업이 끝나고나면 앞쪽 작업대에 있던 사람들은 조리실 앞쪽에 위치한 통발을 다시 뿌리는 곳에 위치하게 되고,
2층에 쌓아둔 통발을 1층으로 통하는 구멍으로 마구마구 내려주게되는데,
밑에서는 그 통발을 하나씩 하나씩 밧줄에 걸어 달리는 배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다에 다시 뿌려지게 된다.
흔들리는 배위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올라오는 통발을 9,10층으로 쌓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2200개의 통발이 쌓이기 위해서는 공간하나없이 빼 곡하게,
컨베이어벨트위에 판자까지 대고 그위에까지 쌓아야 다 채울 수 있었다.
보통 이작업은 하루기준으로 4개의 어장을 하게된다.
통발을 쌓으며 거친숨을 내쉬면서, 이거는 진짜 힘들다.. 이래서 돈을 많이 주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통발을 쌓았다.
배를 타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진정한 남자, 거침없는 남자, 바다를 가슴에 품을만큼 넓은 가슴 등을 상상하지만,
실제로 속은 정말 참새 x 만하다, 힘든 일 자신이 손해보는 일을 정말 싫어하고, 못배우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몹시 많다.
통발을 쌓으면서 처음해보는일에 조금 버벅이자, 같이 일하던 형은 몹시 짜증을 내고 사람을 나무랐다.
일을 가르쳐준다 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듯 했다.
그냥 너와 내가 같이 일을 하면 니가 처음하던 오래하던 간에 우리는 5:5의 일을 똑같이 해야된다
라는 생각이 박혀있는듯 했다.
그래도 묵묵히 참으면서 통발을 쌓았다.
그렇게 첫날 두 개의 어장을 작업하고 저녁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작업이 끝나고 잠을 잘수가 있었다.
배에서 물론 씻을수는 있었다.
작은 통에 정수된 물이 담겨있고, 대야가 바닥에 있었다.
협소한 공간이지만 씻을수는 있었다.
하지만 정말 힘든 노동이 끝나고 온몸이 바닷물인지 땀인지 모르게 다 젖은 상황에서,
육지에서처럼 깨끗이 씻고 잔다는 건 몹시 힘든 일이었다.
다들 옷을 벗어던지고 대충 손과 발 얼굴을 물로 행구고, 침실에 들어가 잠을 청하기 바빴다.
나도 정신없이 들어와서 눕자마자 폰을 잠시 확인하고,
(카톡, 문자등 간간히 신호가 잡힐 때 들어와있는 것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답장은 거의 안됨) 바로 잠이 들었다.
새벽 3시 작업 시작 벨소리가 울렸다.
졸린 눈을 비비고 갑판에 올라가서 작업을 준비했다.
두번째 날도 첫날과 마찬가지로 일의 반복이었다,
어장에서 어장으로 이동할 때는 밧줄과 미끼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어장에 도착하면 통발을 쌓는일을 무한히 반복했다.
사고는 두번째 날에 발생했다.
첫번째 어장일을 다 끝내고, 미끼를 손질하고, 두번째 어장에 도착했는데 정말 서있기도 힘들 정도로 파도가 높게 쳤다.
통발을 쌓는 족족 통발은 엎어지고, 두사람이 올라오는 통발에서 버티기 힘들 정도로 파도가 높게 쳤다.
몇번이고 넘어지면서 올라오는 통발을 감당하면서 겨우 모든 통발을 쌓을 수 있었다.
문제는 통발을 내릴 때 발생했다.
쌓아져있는 통발을 빨리 내리려면 통발을 쓰러뜨리면서 뚫린 구멍으로 1층으로 내려야되는데
쌓여져있는 통발을 하나씩 넘어뜨리기 시작하자
파도에 심하게 흔들리는 배에서 버티지 못하고 쌓여있던 통발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나는 통발을 정리하던 중 통발에 뒤통수와 허리를 심하게 부딪히며 깔리고 말았다.
급한데로 통발을 치우고 겨우 일어났는데, 뒤통수에 맞은 통발때문인지
배멀미를 하지 않았던 나도 계속 어지러움증이 느껴지고, 속이 거북했으며, 온몸이 아팠다.
일단 하던 작업을 모두 끝마치고 나는 갑판에 주저앉았다.
깔린 통발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팠다.
선원들은 다친 나를 보고 걱정보다는 조롱을 했다.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하루해보니 힘들어서 엄살피우는 거 아이가?
-깔린 건 맞나?? ㅋㅋ 얼른 일나가 작업해라
미끼작업이 끝나고 잠깐의 짬이 났다.
쉬는 시간 앉아서 바로 위 37살 형과 담배를 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왜 배를 타게 되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지금 느낌이 어떤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임금의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내가 들은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였다.
할 말을 잃었다.
무엇인가 너무도 많이 잘못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임금과는 너무 달랐다.
기본금이라고 지급하기로 한 200만원은 일종의 가불 형식의 임금이었고,
3개월에 적어도 천만원은 된다던 보합금은 봄철 통발 어선은 8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쉽게 얘기하자면 내가 들은 임금은 3개월간 200만원의 기본금과 3개월의 보합금 1000만원 ,
총 3달에 1600만원 못해도 150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이해를 한 것이다.
평균 급여로 생각한다면 월500 정도,
일을 하면서도 월 500 정도니까 이렇게 힘든 일도 버티면서 하는 거구나 라고 이해하면서 버티기 힘든 노동을 참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배에서 형님에게 들은 정확한 임금체계는 너무나 심하게 달랐다,
애초에 기본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3달해서 그냥 보합금800만원 + @ 수준인것이다.
내가 앞선 2달에 기본금이라는 명목으로 200만원을 2번 받게 되면
3개월 째에 나올 보합금 800만원에서 400만원을 제하고 나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도저히 믿을수가 없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이틀을 중노동하면서도 요동치는 배위에서 뒹구르고 넘어지면서도 버텼던 이유, 그 이유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마지막까지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인성 좋은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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