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부터 자성할 지점 세 가지]
뉴스는 온통, 대패한 민주당의 자학에 가까운, 설익은 자성론과 반사이익을 취한 국힘당의 통합 운운 당권 다툼으로 도배되지만, 저는 열린민주당부터 돌아봅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열린민주당의 한계 역시 드러났습니다. 열린민주당 일원으로서, 더구나 지난해 12월 27일부터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기 때문에 더 말을 아껴야 했습니다만, 열린민주당도 절박하게 환골탈태를 고민해야 할 때라 판단되어. 세 가지 지점은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지도부에 대한 고언이자 제안이지만,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이해 폭을 넓히시는데 도움되기 바랍니다. 1. 열린민주당의 민주당에 대한 애매모호한 스탠스 열린민주당은 여권으로 분류되는 소수 야당입니다. 정책 이슈파이팅과 캐스팅보트를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교섭단체가 아닌 만큼 제약과 한계는 뚜렷합니다. 이런 점에서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입장을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원내대표로 지도부에 참가할 때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무적인 측면에서는 더욱더 각을 세우기 쉽지 않지요. 후보 선출과 단일화 과정에서 이런 한계는 뚜렷이 나타났지요. 열린민주당 지도부가 민주당 지도부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정무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보려는 노력이 별로 없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국민의당을 대하는 대립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후보 입장에서는요. 예컨대, 가. 민주당이 후보를 내겠다고 당헌을 바꿀 때: (보궐선거 귀책 사유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열린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 표명조차 없었지요. 기대 난망하더라도 의견 표명은 필요했다고 봅니다. 단일화 막바지까지도 갑론을박이 있던 사안입니다.) 나. 민주당이 경선 일정을 결정할 때: (민주당의 3월 1일 경선 일정으로는 단일화가 3월 8일 국회의원 사퇴 시한을 넘길 수밖에 없는데도 열린민주당 지도부는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없었지요. 저는 공개적으로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못했고 의원직 사퇴가 불가피하다 일찍이 판단했습니다.) 다. 민주당이 단일화 토론과 홍보를 최대한 축소할 때: (열린민주당이 항의하는 게 필요했는데, 조용했습니다. 민주당이 열린민주당과의 단일화에 본격 나선 것도, 오세훈 후보가 결정되고 지지율 하락 여론조사가 나올 때였지요.) 라. 단일화 이후 저에게 공동선대위원장 요청이 없었을 때: (이것은 당이 풀어야 할 문제인데, 어느 지점에서 무산됐는지 의아합니다. 김태년 비대위원장, 안규백 박영선캠프 상근선대위원장, 우상호 선대위원장 등에게 제가 개별적으로 요청도 했고, 캠프 선대위가 안되겠으면 당 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저와 최강욱 대표를 지명하라는 제안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산됐습니다. 그렇게 했더라면 서울 유세뿐 아니라 부산 유세까지 참여할 수 있었겠지요. 저를 포함해서 열린민주당 성원들은 온라인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만, 아쉬움과 함께 의문은 남습니다.) *** 열린민주당의 정무적 감각은 훨씬 더 커져야 하고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의견 표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갈등도 생길 수 있겠지만, 이슈파이팅 없이 어찌 정당 활동이 가능하겠습니까? 2. 열린민주당 내의 사유화는 없나?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만큼 열린민주당에도 당연히 사유화 논란은 있게 마련입니다. 담담하게 얘기합니다. 각 개인의 입장과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하면서요. 예컨대, 가. 정봉주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서울시장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요?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당원들의 비판도 상당했고요. 단일화 국면이 되어서야 비로소 정봉주 공동선대위원장 역할을 요청드릴 수 있었습니다.) 나. 열린민주당 정책연구원의 역할이 전혀 없던 것: 선거에서는 당도 당이지만 정책연구원은 선거 준비 시기부터 여론 조사, 정책 여론 조사, 상대 공약 분석, 자체 공약 개발 등 할 일투성이인데, 역할이 전무했지요. 이해불가한 일입니다. *** 이런 현상을 조율하는 데에 정당 지도부의 역할이 있겠지요. 미래를 위해서 조율과 선택이 같이 필요합니다. 정당에서 정무와 정책은 항상 같이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3. 열린민주당은 대중정당인가? 당원과 지지자들의 활력은? 왜 수동적인가? 왜 자폐적인가? 열린민주당은 지지자들의 열성적 지원을 받고 있지만 대중정당으로서의 활동과 입지를 그리 넓히지는 못했습니다. 창당과 총선 이후, 물론 코로나 영향이 컸지만, 접점을 늘이는 대외활동에 무척 수동적이었습니다. 그런 수동성이 쌓여 이번에 한 번에 드러난 것이지요. 훨씬 더 활동적으로 지지자 컨택을 넓혀야 했고, 훨씬 더 적극적으로 언론미디어 접점을 만들어야 했고, 훨씬 더 정책 경쟁을 적극적으로 펼쳤어야 했습니다. 열린민주당이 비례정당이고 정책정당일수록 대중적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저는 주장해왔습니다. 정당 경력과 의정 경험이 있던 저로서는 할 일과 해야 할 일이 눈에 많이 보이는지라 수없이 직접적, 간접적 제안을 하곤 했으나 결과적으로 당내에서는 무력했던 편이었습니다. 정당이란 경험과 경력과 전문성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갈등이 생기더라도 서로 존중하며 의견을 모으고 의사가 결정되면 혼연일체로 뛰고, 비록 각기 부족하더라도 서로를 키워주고 한정된 인적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열린민주당은 이런 시스템이 많이 부족합니다. 예컨대, 가. 열린민주당TV는 대외 접점을 만드는 주요 소통 매체인데, 초반부터 지나치게 특정 개인이 프로그램 운영을 독점해왔습니다. 열린민주당의 스피커가 되어야 할 유튜브에서, 최강욱 당대표 외의 다른 구성원들은 참여가 제한되었지요. 나. 당내 기구의 인선에서 좀 더 포용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총선 이후 비대위를 구성했을 때 저와 강민정 의원이 배제되었던 것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의원 3명의 정당에서 왜 원내를 비대위에서 배제하는지, 이해불가였습니다. 만약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더라면, 성찰할 일입니다. 지금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다. 열린민주주의카페 역시 대중성을 확보하기에 크게 부족합니다. 열성 당원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열린민주당 홈피에서 당원카페와 비당원카페로 했으면 간단했을 것을, 결국 확장성이 부족한 카페 운영이 될 수밖에 없지요. *** 열린민주당이 특정 팬돔 위주로 운영되지 않고, 좀 더 대중적인 지지 기반을 넓히고 전문가나 정치 고관여층 뿐 아니라 보통 시민과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4. 결 많이 축약했음에도 길게 썼습니다. 고언으로, 충언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선거 과정에서는 후보가 가장 외롭답니다. 후보가 모든 과정에 책임을 지고 모든 결과를 홀로 삭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원 없이 선거를 치렀습니다. 민주진보세력이 각기 또 같이 정신 번쩍 차리고 또 다른 출발을 제대로 모색하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저도 밖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당원과 지지자들께서도 부디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10412 김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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