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2월, 마를린 먼로는 갓 결혼한 메이저리그 레전드 조 디마지오와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옵니다.
미국기자들의 시선을 피해 달콤한 허니문을 보내고 있던 이들에게 미군 관계자가 어렵게 태평양을 건너온 김에 한국을 방문해 위문공연을 해달라는 부탁합니다. 아무리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도 신혼여행 중에 이런 요청은 대단히 무례한 것이지만 마를린은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고 일본일정을 조정한 후 2월 16일 한국으로 날아옵니다. 그것도 남편을 홀로 남겨둔 채로.
이때 자존심이 강한 디마지오는 부인이 홀로 행동하는 것보다 자신도 스타인데 부인만 와달라고 부탁한 미군의 요청에 상당히 섭섭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디마지오가 ‘지금 우리는 신혼여행 중’이라며 거절했는데 미군 담당자가 ‘당신이 아니라 부인에게 드리는 요청입니다’라고 해 디마지오를 당황하게 했다고 합니다.
신혼여행 중에 한국에 와서 그것도 병사들의 복장만으로 짐작 알 수 있을 만큼 추운 날씨에 가벼운 차림으로 공연을 펼친 마를린.
당시 한국은 휴전한 지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상당히 어수선하던 시기였습니다. 3년간의 전쟁으로 사회기반시설은 완전히 파괴되어 머물 곳조차 변변치 않았지요. 하지만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나흘 동안 전국에 산재한 기지를 찾아다니며 10회에 걸쳐 공연했습니다.
그녀가 원해서 찾아가려는 곳이 많다 보니 주한미군이 전용 헬리콥터를 제공했을 정도였습니다.
훗날 ‘공연 중에 눈이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환호가 나를 따뜻하게 했다’고 회상했을 만큼 그녀가 한국에서 머문 4일은 본인에게나 병사들에게나 특별한 날들이었습니다.
마를린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무시하고 몸매에만 관심을 주는 영화계의 시선 때문인지,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려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절했다고 합니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그 당시에도 유색인 팬들이나 유색인 국가 방문 시에도 예의 바른 태도로 찬사를 받았던 마를린. 당시 대한민국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떠났습니다. 아름다운 사람 마를린 먼로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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