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숙 엄마는 실존인물입니다. 서울 용산쪽에 살던 그냥 평범한 주부였던 사람입니다.
딱히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딱 서울 사람의 성격이었던 이 경숙 엄마는 1950년 10월 초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이 나거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어서 오라고 환영했던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1950년 6월 이승만은 한강다리를 폭파시키고 대구로 도망칩니다. 이때 서울에 있던 사람들은 이승만이 우리군이 지켜줄 것이라는 말을 믿고 피난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민군들이 서울로 들어왔고 그순간부터 공포속에서 지냈어야 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는 "김일성 장군님 만세"라는 호외를 돌렸고 군, 경, 공무원 가족들은 목숨이 위태로웠습니다.
그렇게 서울은 점령을 당하고 서울 시민들은 강제로 인민군의 통제에 따라야 했습니다. 이때 인민군들은 서울시민의 일부를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부녀자들을 데려다가 식사를 만들게 했습니다. 경숙 엄마는 인민군들의 식사를 만드는 곳에 끌려가서 일을 했습니다. 못한다고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철딱서니 없이 말하는 늙은이들이 있을 겁니다. 인민군은 수틀리면 그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다 죽이려고 했을 겁니다. 그것이 무서우니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그해 9월의 막바지에 연합군은 서울을 탈환 합니다. 그렇게 국군과 연합군이 서울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경숙 엄마도 적극적으로 환영했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군경에게 경숙 엄마가 끌러 갔습니다. 경숙 엄마와 사이가 안좋았던 이웃집의 여자가 인민군에게 부역했다고 고자질을 해서 대대적으로 부역자 추출 대상이 되면서 잡혀 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경숙 엄마는 생사람이 아닌 주검으로 용산역 앞에 거적이 덮여서 놓여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대부분은 실화입니다. 경숙은 저희 어머니의 꼬꼬마시절 친구 이름입니다. 어머니는 1.4후퇴 이후에 피난 갔다가 돌아 왔는데 경숙이네 가족은 다시는 동네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머니께 들은 얘기를 정리해 본 것입니다.
인민군들이 강압적으로 일을 시켜서 한 것일 뿐인데 부역자로 몰아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그것을 가족들이 수습하기 전에 본보기로 다른 사람들 다 보라고 용산역 앞에다 늘어 놓고 거적을 덮어 놨다고 합니다. 이것을 지시한 것은 누군지 다들 아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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