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유리하게 나왔다고…野 지지자 반발에 돌연 "공표 말라"
입력2024.04.01. 오후 6:32
수정2024.04.01. 오후 9:59
기사원문
한경·피앰아이 여론조사는 전화 면접이나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을 통한 기존 선거 여론조사와 달리 모바일웹 조사 방식으로 한다. 기존 전화 조사는 응답률이 낮고 강성 지지층이 과도하게 표집되는 단점이 있어 응답률을 높이고 무당층의 설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설계했다. 조사 결과 일부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여심위에 ‘기존에 없던 방식을 왜 허용했느냐’는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심위는 여론조사가 행정동별로 균일하게 안배됐다는 점을 증명하려면 피조사자의 동 단위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앰아이는 동 단위 정보는 표본을 제공하는 통신사만 접근할 수 있고,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동 단위로 순차적으로 설문을 시행해 조사 기준을 넘으면 참여를 막아 응답자 분포를 관리하는 것이 피앰아이의 구조다.
한경·피앰아이의 지역구별 총선 여론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 27일부터 공표했다. 여심위는 29일 동 단위 데이터 제출을 요구했고, 31일 ‘위법 소지’를 처음 언급했다.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기존 조사들과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도 여심위가 조사에 제동을 걸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열흘간 문제 안 삼던 여심위…기존 조사와 격차 크자 "공표 말라"
전화조사 방식과 다른 결과에…여심위 "조사방식 문제"
◆조사 9일간 문제 안 삼더니
한국경제신문이 피앰아이에 처음 여론조사를 의뢰한 건 지난달 초다. 이번 총선의 접전지인 한강·반도체·낙동강 등 3대 벨트를 대상으로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피앰아이는 여심위에 해당 조사 계획을 알렸고 여심위 측은 피앰아이가 확보한 3대 통신사 전체 가입자 대신 인구 비례에 따라 추출한 274만 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모바일웹 조사 방식을 통해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조사 방식에 대해 여심위가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사전 협의까지 마친 셈이다.3대 벨트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달 19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됐고, 여심위는 21일 피앰아이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모바일웹 조사 방식이 여심위에도 생소해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여심위 관계자들은 두 차례 현장조사와 자료 요청 등을 통해 피앰아이의 조사 방식을 상세하게 검증했다. 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연령대 및 성별, 지역별 안배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 인위적인 조작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로그 기록까지 전반적인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피앰아이가 구축한 패널 274만 명의 거주지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업체 측은 “동별 거주지 등 개인 정보를 외부에 넘기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한경과 피앰아이는 이후 14개 지역구 선거구에서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하기로 하고 22일부터 시작했다. 조사를 시행한 이후 4개의 여론조사가 온라인에 표출된 28일까지 여심위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여심위 사이트에 등록된 결과표와 관련해 간단한 수정 사항을 조사업체에 통보했을 뿐이다.
◆민주당 지지자 항의 쇄도
이 같은 여심위 기류가 바뀐 건 29일께다. 서울 용산, 중·성동갑, 경기 분당갑 등의 지역구에서 다른 조사와는 달리 국민의힘 후보가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여론 조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기 시작한 시점이다.야권 지지자들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한경 기자에게 수십 통의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 “여론조사를 하랬더니 여론조작을 한다” “윤석열 같은 X가 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싶냐” “한심한 기레기” 등 인격을 모독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여심위 등 여론조사 유관 기관에도 항의 전화가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오전 피앰아이를 찾은 여심위 관계자는 ‘우리도 부담되니 남은 조사는 공표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한경이 계속 보도를 이어가자 피앰아이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6시30분에 “10여 건의 추가 자료를 30일(토요일) 오후 3시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피앰아이 측은 휴일에 방대한 자료를 제출할 수 없음을 이유로 제출 기한을 31일 저녁으로 하루 미뤘다.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심위는 행정동별 구체적인 인적 사항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해당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위법이라고 통보했다.
◆여심위, “정상적인 절차 밟았다”
여심위 측은 “조사 결과 공표 금지를 통보한 건 아니고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어 기준을 안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여론조사 과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자료를 (여심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등록하지 말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기관이 위법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공표를 금지한 것과 같은 효과가 아니겠냐”고 말했다.여심위는 20일부터 시작된 조사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업체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여심위 관계자는 “20일 현장 실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분석에 시간이 걸린다”며 “분석 이후 추가 자료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충분한 데이터를 얻지 못해 29일 저녁에 급히 자료 제출 요구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해당 업체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혼선이 있었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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