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마우스, 이동전화, 액정 디스플레이, 잉크젯 프린터, 다이너마이트, 베 어링, 프로펠러, 안전 성냥, 테트라팩(음료포장용기)….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 어버린 이들 제품은 모두 스웨덴 기업이 발명한 것이다. 스톡홀름 시내 중심부 인 쿵스가탄을 오가는 화이트칼러든 스톡홀름 남서쪽 외곽도시 쉐더탈레에서 만난 허름한 복장의 촌로이든 사람들 표정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나라 전체 인구가 900만명으로 서울시 인구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 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을 키워냈다는 그런 자부심이다.
에릭슨(통신)을 비롯해 일렉트로룩스(가전), 볼보(자동차), 사브(자동차), 스 카니아(트럭), ABB(발전설비), SKF(기계), 유코카캐리어스(물류), 헤네스&모리 츠(의류), IKEA(유통), 아스트라(제약), 갬브로(제약)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 기업들은 손가락으로 모두 꼽아내기 어려울 정도다.
10명 가운데 9명이 이동전화를 갖고 있는 나라 핀란드. 역시 정보통신기술 산 업을 중심으로 생명과학, 전자, 환경, 금속ㆍ기계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품질 을 자랑하고 있다.
오랫동안 역사를 공유해온 북유럽의 두 나라는 오랜 제조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갖춘 데다 높은 디자인 수준으로 제품의 부가가치까지 높이면서 경쟁 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 R&D 투자 세계 1위=스웨덴의 전체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001년 기준으로 3.65%에 달해 세계 1위(2003년 발표)를 차지한다. 핀란드 역 시 3.4%로 R&D 투자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돈이 이처럼 많으니 기술력은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 다. 성장동력이니 뭐니 해서 요란을 떨 필요가 없다. 그냥 하던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본투자는 '돈이 되는' 곳에만 집중된다. 비교우위를 지닌 정보기술(IT)산업 과 철강, 제약 등의 사업에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고 있다. 타깃 시장은 노르웨 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 전체와 발트 3국까지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 이들 두 나라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끌어들이느라 혈안이 돼 있다. 역시 자본을 끌어들여야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동안 스웨덴에 유입된 FDI는 9810억크로나(148조3860 억원)로 이전 5개년(94~98년)의 4560억크로나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
더욱이 두 나라 제품은 같은 품질이라도 디자인이 한 단계 앞선다는 평가를 받 고 있다.
◆ 전국민의 80% 영어 구사=정부의 기술인력 정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스웨 덴 정부 관계자는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런 게 별도로 있을 수 있느냐는 얘기다.
매츠 와드만 스웨덴 산업고용협력부 노동시장정책국장은 대신 "스웨덴이 기술 강국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데는 노동생산성이 높다는 점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스웨덴의 노동생산성은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 자료를 봐도 최근 10년 간 스웨덴의 연간 평균 제조업 생산성 증 가율은 6.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미 높은 기술인력 수준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인구 전체의 교육 수준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만 구 비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핀란드도 마찬가지다. 핀란드는 WEF 국가경쟁력 1 위를 차지했고,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해 가장 부패지수가 낮은 나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스웨덴 전체 인구의 80%가 영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것이다. 택시를 타건 어떤 허름한 식당에 가건 간에 대부분 사람과 영 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출처:매일경제